'백악춘효' '영광풍경'…봄새벽 깨운 심전의 書畵

입력 2019-04-15 17:52  

안중식 100주기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서 16일 개막



[ 서화동 기자 ] 1919년은 국내 서화계의 시련기였다. 오세창은 민족대표 33인으로 3·1운동에 참가해 2년여 동안 옥고를 치렀다. 항일의병 출신인 김진우는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 활동에 투신했다. 무엇보다 큰 사건은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의 타계였다. 그가 회장을 맡고 있던 서화협회는 분열됐고 함께 활동했던 강진희, 조석진 등도 잇달아 타계해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 특히 안중식은 오원 장승업을 계승한 조선의 마지막 화원이자 이도영·고희동·이상범·노수현 등의 대가를 길러낸 스승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은 한 세대의 퇴장이자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16일 개막하는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는 심전 타계 100주기를 기념하는 전시다. 이번 특별전에는 안중식을 비롯한 근대 서화가들이 남긴 그림, 글씨, 사진, 삽화 등 100점이 소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재단이 보유한 안중식의 걸작, 그동안 존재 여부만 알려졌던 일본 사노(佐野)시 향토박물관 소장품인 김옥균·박영효의 친필 글씨 등도 선보인다.

전시 제목인 ‘봄 새벽’은 안중식이 1915년 서울 중심부의 백악산과 경복궁을 묘사한 등록문화재 제458호 ‘백악춘효(白岳春曉)’에서 따왔다. 그림은 똑같은 풍경을 여름과 가을에 그린 2점인데, 가로 65㎝, 세로 200㎝의 화폭에 해태상, 광화문, 경복궁 전각과 백악산의 웅장한 모습을 차례로 담았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에 그린 그림의 제목이 왜 ‘백악의 봄날 새벽’일까. 그림 안에 답이 있다. 안중식이 백악춘효를 그린 1915년 일제는 조선물산공진회를 열기 위해 경복궁의 많은 전각을 허물고 신식 가건물과 서양식 건물을 지은 상태였다. 조선왕실의 상징인 경복궁은 1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일제의 홍보공간으로 이용됐다. 하지만 안중식은 경복궁을 훼손된 상태로 그리는 대신 기억과 사진에 근거해 공진회장으로 변하기 전의 웅장하고 위엄있는 궁궐로 그려냈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5일 “잃어버린 조선의 봄, 다가올 조선의 봄을 꿈꾸며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라고 추정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안중식의 전성기 작품과 제자들의 작품이 한 공간에 어우러진 ‘거장과 신예’ 섹션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지인들만이 즐겼던 서화 감상은 1910년대 이후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가 감상하는 ‘전시’로 바뀌었다. 안중식의 산수화풍을 모방한 이상범의 산수화, 감각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이한복의 기명절지도, 실경에 대한 안중식의 관심을 보여주는 ‘영광풍경’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6월 2일까지.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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